주말이 되면, 가족과 함께 어디로 가야할지 즐거운 고민이 많아지곤 하는 것 같다. 갓난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혼자 걱정없이 잘 다닐 수 있는 초등학생 이상 아이도 아니고,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의 경우 의외로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참고로, 미취학 부모입장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고려해야 할 점이 5가지 정도인것 같다.
1.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2. 거리가 멀지 않는가? 여행이 아니라면 피크닉 개념이면 최소 1시간 이내 거리
3. 주차환경은 괜찮은가? 가는 곳에 주차장이 혼잡하거나, 별도로 주차를 하고 또 걸어가야 하는지 여부 등
4. 기후나 날씨영향? 실내가 아니라면 바람이나 온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
5. 아이가 먹을만한 먹거리가 있는가? 주변 맛집이나 간식 등 도시락을 안 싸도 사 먹을 수 있는 종류
항상 이 생각을 염두에 두고, 어디를 나가게 된다. 오늘은 새로운 테마를 생각해봤다. 야구 개막시즌이고 해서, 야구장이라는 곳을 데려가서 푸른잔디와 생생한 운동 현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울에 살다보니, 자연스레 LG트윈스의 홈경기를 보러 잠실야구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역시, 야구시즌을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은 쌀쌀한 감은 있지만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방문했다. 넓은 야구장과 많은 사람들을 보니 분위기에 휩싸여 들뜨게 된다.
우리나라 야구장, 특히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의 야구장은 조금 독특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홈팀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 지역 홈 관중들이 자리를 거의 채우고, 원정팀 응원팀 일부가 있기 마련인다. 그렇지만,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한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 아닌 중립성을 띄는 도시라 1루석이 홈팀, 3루석은 원정팀으로 배정을 한다.
우리는 LG 트윈스를 응원하지만, 이미 1루석이 만석이어서 원정팀 한화 이글스의 3루석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바로 여기 3루 응원석 바로 앞 줄이다. 야구장에서의 가장 좋은 자리는 치어리더들이 응원하는 응원대가 보이는 줄이 명당이다. 3~4시간을 야구만 보기에는 심심하기에, 바로 눈 앞에서 치어리더들의 응원에 맞춰 같이 흥도 돋우는게 또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막대풍선 정도는 들고 가줘야 같이 응원도 하고 뭔가 참여하는 기분이 든다. 운 좋으면 입장하기 전에 입구에서 무료로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매장에서 2,000원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우리도 3루석으로 가는 바람에, 쌩둥맞은 한화이글스 막대풍선을 사들고 들어갔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처음보는 막대풍선이 신기한지 유심히 보기도 하고, 응원도구로 박수도 치고 그런다.
토요일은 경기 시작이 보통 5시이다. 멀리 전광판이 4:57 을 가르키고 있다. 경기 시작전에 시구를 하는데, 나름 팬 서비스로 다양한 유명인사들이 나와서 한다. 오늘은 걸그룹 트와이스가 나와서, 아저씨팬? 삼촌팬들의 반응이 어마어마하다 ㅎㅎ
야구 시작전에 3루석에서 본 외야석을 찍은 모습인데, 역광이라 사진이 어둡게 나왔다. 여기서 또 하나의 잠실야구장 팁이 있다. 잠실야구장 1루석이 동쪽이고, 3루석이 서쪽이라 해가 지는 시간대가 되면 1루석은 그늘이지만, 3루석이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게 되서 햇빛에 야구관람 하는게 은근 신경 쓰인다. 썬그라스는 필수이고... 가급적 3루석 보다는 1루석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앉은 곳은, 응원석 뒷줄 위쪽이 아닌, 응원석 앞줄 아래쪽이다. 응원소리는 머리 뒤에서 들려오고 ㅠㅠ
응원하는 모습을 보려면 고개를 돌려서 봐야 한다는--; 그래도 뒷모습이라도 가까이서 보는 것으로 만족을??
가끔 앞쪽을 보고 응원해줄때도 있지만.... 참고로,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응원석까지의 거리를 체감있게 표현하려고 셀카도 찍어봤다. 정말로, 응원석 잘 보이는 자리를 잡는 거는 필요하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야구 보기가 힘들고, 보통은 치어리더 언니들 춤추는 거 따라서 노래하고 춤추고 그걸 더 좋아하게 된다. 우리 애도 계속해서 뒤를 보고 혼자 춤 추고 노래하기를 반복해서 하는데...참 아쉬웠다.
예매 팁을 위해서는 가고자 하는 날이 있으면 최소 1주일 전에는 인터넷으로 미리 좌석 예매를 하는 게 좋다. 당일 현장에 가서는 100% 안 좋은 자리, 응원석도 잘 안 보이고 야구선수들도 잘 안 보이는 외야 끝트머리에 앉을 확률이 높다.
예상은 했지만, 5살 여자아이가 야구에 얼마나 집중을 할 것이며, 승부에 얼마나 연연하겠는가? 3회 정도 까지만 보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은 지루했는지 나오자마자 이렇게 밝은 표정을?? 뒤에 잠실 주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 찍어도 나름 추억꺼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야구는 1회에 보통 20~30분 정도 하니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스포츠이다. 가족과 함께 갔다면, 야구 경기나 승부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가볍게 소풍 간다는 느낌으로 가는게 좋다. 가족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치킨이나 피자, 도시락 같은 것 먹고, 홈런이나 안타 나올때 같이 한 번 와~ 하고 응원 하고 하는 것이 야구장 관람하기 좋은 방법이다.
잠실 야구장은 여러가지 경기장이 모여 있는 종합 경기장이다 보니, 주차장을 포함해서 부지가 굉장히 넓다. 중간중간에 잔디밭도 있고 해서, 정말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지고 온 돗자리를 펴놓고 본격적으로 우리만의 소풍 느낌을 가졌다.
좁은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나서, 집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 배트와 글러브로 엄마 아빠랑 치고 던지기도 해 보고...오히려 아이에게는 야구경기보다 이렇게 노는게 더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
아빠랑 아이랑 이렇게 소풍 와서 야구 놀이도 해 보고....이런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다 못 보더라도, 야구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라도, 그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재미있는 건 우리 가족과 함께 뭔가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아이와 소풍 한 번 가려면 어디를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부모도 많은 것 같다. 그럴때, 야구장 한 번 가 보는 건 어떨까?